어렸을 때부터 밖에서 뛰어다니고 운동하는 것을 즐겼던 5살 소년은 LG 팬인 아버지를 따라간 야구장에서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로부터 13년 뒤 직접 마운드에 올라 노히트 노런이란 대기록을 작성했다. 중앙고 3학년 김재현(18)의 이야기다.
김재현은 25일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노히트노런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어 영광이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야수들이 많은 도움을 줘 가능했다. 주변에 많은 분께서 축하해 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 24일 서울 신월 야구장에서 열린 2022 고교야구 주말리그(서울·인천권) 동산고와 경기에서 9이닝 0볼넷 2사구 11탈삼진으로 노히트노런(중앙고 5-0 승)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107개. 2017년 배재고 신준혁(23) 이후 5년 만에 나온 고교 대회 노히트 노런이었다.
3회말 선두타자에게 몸에 맞는 공과 패스트볼을 허용하며 무사 2루 위기에 놓였으나, 내야 뜬공과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말에도 선두타자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지만 실점은 없었다. 중앙고 야수들의 호수비도 김재현을 도왔다.
김재현은 "6회 때 마운드에 올라가는데 정형주(45) 투수코치님이 '더 집중해 던지면 노히트노런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때부터 의식해서 던지기 시작했다. 코치님께서 말씀을 안 해주셨다면 기록은 생각도 못 하고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사진제공=중앙고등학교 야구부
이번 노히트 노런에는 감동적인 사연도 숨어 있다. 3학년이지만, 이날은 그의 고교 4번째 공식대회 등판이었다. 덕수고 1학년 초 팔꿈치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지난해 7월 중앙고로 전학을 와서도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김재현은 "1학년 때 4월에 오른쪽 팔꿈치 뼈를 깎는 수술을 했다. 1~2학년 때 부상으로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다. 팔꿈치 재활이 끝나면 어깨가 아프고, 어깨가 나으면 이두근이 아픈 식이었다. 다행히 올해 동계 훈련에서는 아픈 곳이 없어 2년 동안 못 던진 공을 원 없이 던지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키 184㎝, 몸무게 89㎏의 우완 김재현은 지난 3월 29일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광주일고전에 처음 등판해 올해 4경기에서 1승 무패, 20이닝 12피안타 24탈삼진 5실점,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이다. 주 구종은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이며, 평균 직구 구속은 시속 136㎞, 최고 141㎞이다. 자신의 강점으로 제구력, 경기운영능력, 볼끝의 힘을 언급한 그는 많은 공을 던져도 힘 있게 던질 수 있는 체력과 직구 구속 보완을 과제로 삼았다.
좋아하는 프로 팀은 SSG, 롤모델은 롯데 최준용(21)이었다. 김재현은 "처음으로 본 야구 경기가 LG와 SK(현 SSG)전이었다. 그날 SK가 LG에 이겼고 그때부터 팬이 됐다"면서 "롤모델은 최준용 선수다. 정말 매력적인 직구를 던진다고 생각해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다.
프로야구에는 유독 김재현과 동명이인의 선수가 많다. 중앙고 김재현 역시 그들과 함께 프로 무대에서 뛰는 것을 꿈꾼다. 김재현은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부상 없이 50이닝 평균자책점 2.50 이하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구속도 최고 시속 145㎞까지 던져보고 싶다"면서 "노히트노런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지금의 팀원들과 올해 전국대회 4강이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항상 나를 위해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나를 믿어주는 감독님과 코치님들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