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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첨단 수비 시프트의 치명적 버그

3차전을 결정지은 두산의 흔들기


난전이었다. 어제(20일) 3차전은 복잡했다. 역전과 재역전이 반복됐다. 와중에 여러 상황들이 속출했다.

결국 승패는 딱 한 지점에서 갈렸다. 수비였다. 패한 팀은 고비마다 비틀거렸다. 실수/실책 때문이다. 특히나 치명상을 입은 지점이 있다. 첨단을 자랑하는 수비 시프트다. 몇 차례 버그를 일으키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정적 장면 몇 개를 꼽아봤다.


① 2루에만 3명…텅 빈 3루 (김재환 시프트의 첫번째 오류)

3회 말, 스코어는 3-2다. 베어스가 역전을 허용한 직후다. 정수빈의 3루타, 최주환의 적시타로 다시 동점이 됐다.

계속된 무사 1루다. 4번 김재환 타석에 수비 시프트가 걸렸다. 3루수가 먼길을 떠난다. 우익수 앞에 자리잡았다. 이른바 '2익수'가 된 것이다. 3루 쪽은 휑하니 비었다. 여기까지는 OK다. 요즘 한참 유행 아닌가. 첨단 수비 시프트의 적극적 활용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재환의 중전 안타가 터졌다. 공을 잡은 중견수(알테어)의 송구가 흘렀다. 2루로 던진 게 글러브 맞고 옆으로 빠졌다. 하필 이 공은 3루쪽으로 굴렀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곳이다. 그나마 1루수(강진성)가 뒤를 지켰다. 부랴부랴 따라가서 간신히 건져냈다. 하지만 이 틈에 타자는 2루까지 진루했다.

기록은 중견수 실책으로 남았다. 그러나 시스템 오류다. 누군가는 3루를 지켜야했다. 위치상 유격수의 임무였다. 그런데 평소처럼 중견수 앞으로 달렸다. 중계 플레이를 위한 포메이션이다. 그 바람에 2루에만 수비 3명이 몰렸다. 비효율적인 중복이었다. 어딘가에는 헛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결국 후속 김재호의 적시타는 2타점짜리가 됐다. 1점은 안줘도 될 점수였다는 뜻이다.


2루 근처에만 3명이 몰린 장면 . KBS2 TV 중계화면

② 기습 번트 동작에 허둥지둥 (김재환 시프트의 두번째 오류)

이번에는 7회 말이다. 6-6의 살얼음판이다. 선두 최주환이 몸에 맞았다. 무사 1루. 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 김태형 감독은 승부사다. 판을 조금 더 키운다. 대주자 오재원을 투입했다. 뭔가 움직임을 암시한다.

타석에는 다시 김재환이다. 수비 시프트도 자동 변환이다. 내야가 바빠졌다. 3루수 지석훈이 달려간다. 또다시 2익수 자리다.

평소라면 '그러려니'다. 하지만 이 타이밍은 느낌이 다르다. 뭔가 불길하다. 막판 1점 승부였다.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다. 아무렇지 않던 3루쪽이 유난히 휑해 보인다.

그 때였다. 초구에 화들짝 놀란다. 타자의 기습 번트 동작이다. 다행히(?) 미수에 그쳤다. 파울이었다. 본래라면 시프트 성공이다. '(시프트 깨려고) 번트 대면 타자가 지는 것'이라는 게 통념이다. 그런데 아니다. 상황이 상황이다. 기습이 성공하면, 무사 1, 2루 또는 무사 2, 3루다.

그렇다고 되돌릴 수도 없다. 어쨌든 뽑은 칼이다. 카운트 1-1에서 3구째다. 또다시 번트 모션이다. 순간 투수의 밸런스가 삐끗했다. 임정호의 투구는 완전히 빗나갔다. 기록상은 오재원의 도루였다.

무사 2루. 균열은 커졌다. 다음 공이 또 빠졌다. 폭투였지만, 못 막은 양의지도 문제다. 내야 전체가 흔들린다. 급기야 김재호의 적시타가 나왔다. 3차전의 승부가 갈린 순간이다.


③ 정수빈의 흔들기 - 기습번트

좌완 김영규가 등판했다. 공룡의 두번째 투수다. 4회 말을 3자범퇴로 막았다. 불안하던 마운드가 모처럼 안정됐다. 그리고 5회 말이다. 공룡들은 흐름을 지키고 싶다. 반대로 곰들은 판을 흔들고 싶다. 선두타자는 정수빈이다.

카운트 1-1이었다. 돌연 기습이 감행됐다. 번트는 1루 쪽으로 구른다. 화들짝. 투수와 1루수가 함께 달려들었다. 공을 잡은 건 김영규(투수)다. 하지만 던질 곳이 없다. 2루수(박민우)가 뛰어들었지만, 정수빈이 먼저다.

비슷한 경우가 2차전에도 있었다. 역시 정수빈의 세프티 번트 공격이다. 그 때도 같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1루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강진성이 자리를 지켜야했다. 그러니까, 너무 의욕적으로 타구를 따라가면 안된다는 뜻이다. 1루수가 베이스를 버린다는 건 그만큼 위험부담이 뒤따른다. 

2차전은 구창모, 어제는 김영규다. 좌완 투수들이다. 이들은 던진 뒤 3루쪽으로 쏠린다. 1루로 향한 스타트가 역동작이다. 빠른 정수빈을 따라잡기 어렵게 된다. 2루수도 마찬가지다. 좌타자 대비 수비 위치다. 베이스 커버가 쉽지 않다.

때문에 타구 처리는 투수나 2루수가 하는 게 낫다. 웬만하면 1루수는 베이스를 지켜야한다. 그런데 너무 나서면 이런 결과가 생긴다. 막상 눈에 보이니 달려드는 게 실전 심리다. 정수빈은 이걸 적절히 이용했으리라.


정수빈이 기습 번트를 성공시키는 장면. KBS2 TV 중계화면

④ 베어스의 필살기 중계 플레이

3차전 MVP는 김재호였다. 7회 결승타의 주인공이다. 2타수 2안타에 타점을 3개나 올렸다. 6번 타자 자리에서 눈부시게 활약했다. 적시타를 치고, 가족들에 보내는 하트가 인상적이었다. 2차전 때도 빛났다. 3타수 2안타로 맹활약했다. 시리즈 첫 홈런도 기록했다. 두 경기 연속 MVP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역시 수비다. 3차전에서 감각이 번뜩였다. 3회 초였다. 2-3으로 역전을 허용한 뒤 계속된 2사 1루였다. 박석민이 좌측에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담장까지 날아간 장타성이었다.

펜스에 맞은 공을 좌익수(김재환)가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3루로 쐈다. 발이 느린 양의지를 겨냥한 송구였다. 그러나 중간에 김재호가 있었다. 커트맨은 공을 잘라, 방향을 틀었다. 행선지를 2루로 바꿨다. 곧바로 정확한 저격이 발사됐다. 박석민을 간발의 차로 잡아냈다.

비디오 판독도 소용없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그대로 이닝이 끝나며, 흐름도 끊겼다. 중반 흐름의 결정적 장면이다.


김재호가 2루로 송구, 박석민을 잡아내고 있다. KBS2 TV 중계화면

화려한 타격이 아니다. 폭발적인 삼진도 아니다. 챔피언을 만드는 건 착실하고, 안정감 있는 디펜스다. 무수한 역사적 사례들이 그걸 입증한다. 이번 한국 시리즈에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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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브여왕옥혜씨 發表在 痞客邦 留言(0) 人氣()